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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마음을 씻다 – 안동 월영교 물멍 여행”특수 목적 여행 가이드 2025. 6. 8. 02:10
간호사 동료들과 함께 떠난 감정 회복 여행, 안동 월영교에서의 ‘물멍’을 통해 감정 노동의 피로를 내려놓는 치유의 여정을 담았습니다. 공감과 유대가 회복의 열쇠가 되는 순간들.
1. 감정이 쌓일 때, 우리는 모였다
“오늘도 환자 보호자한테 욕먹었어.” “난 코드블루 두 번이나 떴다.” 퇴근 후 병원 근처 음식점에서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쏟아내는 말들. 간호사로 함께 일하며 정서적으로 너무도 익숙해진 풍경이다. 사실 육체적 피로보다 무서운 건 정서적 탈진이었다. ‘내가 너무 냉정한가?’, ‘이 일 오래 할 수 있을까?’ 같은 질문들이 점점 많아졌다.
같이 일하던 샘들과 우리는 어느 날,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 어디든 오늘은 가보자.” 단 하루라도 말없이 멍하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그렇게 선택한 장소가 안동의 월영교였다. 누군가 추천한 적도 없고, 유행하는 SNS 맛집도 아니었다.
단지, 조용하고 넓은 물가를 앞에 두고 걷거나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는 곳. 그게 전부였고, 그게 필요했다.
2. 안동 월영교 – 말이 필요 없는 치유의 리듬
우리는 데이 근무를 마치고 즉흥적으로 차타고 안동으로 갔다. 바쁜 오전 근무를 마치고 도착한 터라 지칠 법도 했지만, 월영교에 발을 디딘 순간 공기부터 달랐다. 안동호 위로 안개가 가득했고, 그 가운데 월영교는 조용히 이어져 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발소리만 들리던 순간들. 다리 중간에서 잠시 멈춰 앉아 각자 조용히 물을 바라보았다. 흔히 ‘물멍’이라 부르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정말 멍하게 바라보는데 눈물이 날 정도였다. “나는 지금 괜찮은 걸까?”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그런데 그걸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옆의 샘들이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 유대는 야근 몇 번보다 강했다. 감정의 쉼표는 언제나 ‘이해받는 느낌’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3. 물멍 + 동료 + 로컬 = 진짜 회복의 공식
월영교의 장점은 야경과 조명, 고요한 바람, 그리고 오래 걷기 좋은 평평한 구조였다. 경사가 없고, 중간 중간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밤새 이야기하거나 조용히 있을 수 있다. 다리 끝에서 이어진 월영정에서는 조용한 다실이 마련되어 있어 따뜻한 유자차 한 잔에 마음이 녹았다. 오히려 계획 없이 갔던 여행이라 더 치유됐다. 주변 닭도리탕맛집으로 향해 병동 이야기를 나눴다. 말은 많지 않았지만, 같은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라 가능한 대화였다. “우리 여기 1년에 한 번씩 오자.”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여행지의 평가는 호텔의 별 개수가 아니라, 그곳에서 내 마음이 얼마나 정리되었는가로 결정된다.
4. 병원 밖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지키고 있었다
퇴근 후의 삶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버티기’였다. 그런데 함께 여행을 다녀온 이후, 우린 서로에게 감정의 안전망이 되었다. 병원에서 갑작스러운 상황이 터져도 “월영교 한 번 더 가야겠네”라고 농담처럼 넘길 수 있을 만큼, 여행의 기억은 회복의 지지대가 되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쉽게 지치고, 쉽게 외로워진다. 그래서 ‘함께 멍때릴 수 있는’ 동료와의 여행이 필요하다. 혼자만의 힐링이 아니라, 이해받는 회복이 있어야 한다. 그날, 월영교 위에서의 우리들은 어느 때보다도 가벼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장면 하나면, 다시 한 주를 견딜 수 있었다.
“당신의 감정에도, 동료가 필요합니다”
함께 멍하게 있어도 편안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이미 회복의 반입니다. 안동 월영교는 그런 동료들과 함께 감정을 놓아두기에 충분한 공간이 되어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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